<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를 보실 계획이 있으신 분은 조심해서 읽으세요. (영화 보기 전에 알아선 좋을 게 없는) 영화 내용이 좀 포함되어 있어요.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2008년입니다. 여느 고등학생들은 가족과 함께 지낼 겁니다. 특히나 수능이라는 말 많고 탈 많은 시련을 통과하느라 지쳤을 고3들은 대학 정시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합니다. 이와 달리 수시로 대학 입학이 확정된 터라, 기숙사에 살고 있는 터라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연말을 보내는 저와 그 친구들은 오늘 남자 넷 여자 하나라는 요상하기 그지없는 조합으로 영화를 보러 나섰습니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고민이 앞섭니다. 오늘 영화를 봐야할까? 기말고사가 모두 끝난 첫 주말이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마지막 주말이라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선 탓일까요? 영화 포스터 앞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꽤 처량했을 겁니다.
1. <나는 전설이다>를 택하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전설이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처음엔 니콜 키드만(Nicole Kidman)이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 황금나침반(Gold Compass)을 보자는 의견이 강세였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시간에 맞추어 영화가 배정되기라도 한 듯이 시간이 딱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화다’, ‘책과 비견할 바 못된다.’ ‘유명 배우들 출연 시간이 너무 적다’ 등의 신랄한 평을 보아온 저는 극구 반대했죠. 결국 상영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은 <나는 전설이다>로 낙찰 되었습니다. 6000원인 영화표를 통신사 카드로 할인받아 5000원에 사는 행운 아닌 행운까지 누렸답니다.
유파라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영화관에 돌아왔을 땐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습니다. 2000원짜리 쥐포와 콜라를 사들고 시너스(Cinus) 6관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상영관엔 사람들이 빽빽이 자리했습니다. 두 시간 전에 예매한 탓일까요. 저희는 맨 뒷줄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2. 영화의 이모저모
영화는 뉴스의 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홍역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암을 정복했다는 한 여성과학자의 인터뷰가 눈길을 끄네요. 나중에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이 되며, 몇몇 사람들은 애초에 면역이 되어 있다는 설정에 걸맞은 설명이라 하겠습니다. 홍역 바이러스도 같은 성질을 가지니까요.
이 영화의 압권은 단연 뉴욕시의 텅 빈 모습입니다. 변형된 바이러스가 인간을 좀먹기 시작한 첫 장소이자, 주인공 네빌 박사(윌 스미스 분)가 가족을 잃고, 그의 외롭디 외로운 삼년간의 시간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바쳤던 공간입니다. 감독이 연출 시에 CG를 쓰지 않고 실제로 텅빈 거리를 만들기를 고집했다고 하는데, 스크린 가득 풀이 듬성듬성난 어색하기 그지없는 뉴욕시를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투기 위에서 골프를 치는 장면은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시간은 [현재]와 3년 전 [과거]를 넘나듭니다. 이러한 시간 구성은 일전에 소개했던 어거스트 러쉬(Agust Rush)에서도 쓰인 바 있습니다. 어거스트 러쉬에서는 창문이 현재와 과거의 다리 역할을 했다면, <나는 전설이다>는 꿈을 도구로 삼습니다. 네빌은 꿈에서 삼년 전 가족을 잃은 그 때를 반복해서 봅니다. 아침, 손목시계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꿈의 고통에 못 이겨 일어납니다. 일어나고, 일어나고. 자신 외에 생존자가 있었음을 알게된 다음 날 아침을 제외하곤 언제나 꿈에 시달렸죠. 아마도 샘 이외에 기댈 누군가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윌 스미스, 그로 충분하다?!
주인공 네빌 박사로 열연한 윌 스미스를 처음 접한 것은 <맨인블랙>, 에서였습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더군요. 이후 <맨인블랙 2>와 2006년 작 <행복을 찾아서 Pursue of Happiness>에서 외모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를 연기자로써, 한 인간으로써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가 런타임(Run time) 한 시간 사십 분의 대부분을 홀로 연기했다는 <나는 전설이다>는 2007 하반기 보지 않아선 안 될 영화란 생각이 들었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윌 스미스의 연기는 주목할만합니다. 그는 SF영화 <맨인블랙>, <맨인블랙 2>에서 다소 가벼운 배역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행복을 찾아서>에서 아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바라는 바를 이뤄내는 강인한 아버지상을 연기했죠. 콧수염을 길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로 나오는 여배우와 나이차가 부쩍 나보이는 탓에 오히려 '아들'이라고 하면 좋았으리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맨인블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진정한 연기자로써의 모습을 드러낸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 <행복을 찾아서> 여주인공과 <나는 전설이다>에 나온 여배우가 동일인물인 듯 싶은데. 맞나 모르겠네요.
<나는 전설이다>에서 그는 더 많은 것을 추구합니다. 거의 한 시간을 유일한 생존자인 네빌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눈빛으로 말하는 법을 터득한 윌 스미스. 그의 외로운 독주를 돕기 위한 영화 속 장치는 그를 더욱 돝보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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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맘대로 평가하기
<나는 전설이다>는 크게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5000원이란 금액이 아깝지 않은 정도랄까요. 신어지님의 별점표 기준으론 ★★★☆☆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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