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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09:49
[한국과학영재학교]
얼마 전 '브레인'지에서 설문지를 돌린 적이 있습니다. A4 용지에 예닐곱 개의 질문이 가지런히 정렬해있었고, 그 대부분은 양자택일 형 문제였습니다. 책상 위에 버젓이 놓여있는 설문지를 외면하기도 뭣해서 냉큼 참여했죠.
질문들은 단순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예습과 복습 중 무엇을 더 중요시하나요?'
'시간이 한정될 땐, 부족한 것, 많이 아는 것 중 무엇을 하나요?'
'공부하다 지칠 땐 무엇을 하나요?'
등입니다. 자세한 단어들까지는 기억을 못하겠지만 일단 내용은 저렇습니다. 저희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각각 복습, 부족한 것, 운동 또는 산책이라고 대답했고 그 결과는 그대로 이른바 영재들의 두뇌활용 습관으로 정리되어 브레인지에 수록되었습니다. 각각의 번호 아래에는 나름대로의 설명까지 덧붙여 있더군요.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2학년 때 조악한 인문학 관련 논문을 하나 써본 경험이 있는 저로써는, 이러한 설문이 어느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 내용이 너무 뻔합니다.
관련 기사를 죽 훑다가 댓글을 보니 '저런 걸 누가 모르나' '알아도 실천을 못하는 게 문제다'라는 식의 의견들이 많더군요.
이미 질문자가 예상 답변을 산정해놓은 경우에 이 설문이 의미가 있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서는 그저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마 영재학생들은 중요한 날 전에는 충분한 휴식을 할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설문지를 만들면 '중요한 날 전에 몇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나요' 라는 의도가 뻔한 질문밖에 던지지 못합니다.
2. 설문지가 너무 빈약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간단했을 뿐더러, 영재학교 학생들의 대답은 너무나 솔직하게 리스트에 복사 붙여넣기 되었습니다. 인문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설문지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연구를 위해서는 설득력있는 설문지의 제작이 우선입니다. 설문지의 다양한 질문들과, 심도있는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설문지는 대충 만든 티가 났단 겁니다. 단순히 브레인지 홍보를 위해 '영재학교'의 이름을 빌린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요.
3. 성급한 일반화
분명 '영재들의 두뇌활용 습관'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는데, 이것도 문제삼고 싶네요. 설문 결과가 나타내는 사실은 정확히 말하자면 '영재학교 학생들의 두뇌활용 습관'입니다. 영재들은 두뇌를 이렇게 활용하더라, 라는 일반적인 명제를 이끌어내려면 영재학교의 작은 집단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영재라는 기준이 모호한만큼 대상 집단을 선정하기 또한 힘들었으니 영재학교만을 골랐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영재학교 학생들이 두뇌를 이렇게 쓰니 모든 영재들도 그렇게 쓴다, 라는 식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설문에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입니다. 그저 설문을 좀더 성의있게 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일 뿐이죠:] 어쩌면 그 설문지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지도 모르겠네요. 인문학을 좀더 공부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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