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분 (88 Minutes, 2007)
영화블로그 = http://blog.naver.com/88minutes
아래 사진은 위 블로그에서 발췌했습니다.
절친한 동생과 함께 룰루랄라 극장으로 향했을 때,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개봉일을 잘못 알고 왔던 것일까. 제시카 알바 주연의 디아이를 보고자 극장을 찾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영화 목록엔 없었다. 그렇다고 동생과 함께 위 오운 더 나잇을 볼 수는 없는 일. 결국 두 명 다 보지 않은 88분을 보자고 합의를 보았다.
예고편에서부터 스릴러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88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릴러가 될 수 없다. 요즘은 하도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와 어디까지가 스릴러인지 잘 모르겠다만, 만일 관객에게 긴장감과 스릴감을 주고, 가끔씩 보너스로 반전까지 덤으로 얹어주는게 스릴러라면, 이 영화는 실패한 스릴러다.
누군가의 피땀얽힌 결과물인 종합예술, 영화를 부족한 내가 이리재고 저리재고 독설에 가까운 평을 내리는 건 어찌보면 건방져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7000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한 사람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보이지 못한 영화이기 때문에 얼마간 욕을 해도 좋을 것이다.
'범인은 눈 앞에 있다' 이제는 너무도 식상한 진실아닌 공식. 관객이 된 나는 이미 주인공의 주위에 범인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불가항력. 요새 영화가 다 그렇듯이, 결국 주인공이 잡고자 하는 '그놈'은 의외의 인물로 판별날 게 뻔했다. 나는 그 뻔한 사실을 어떻게 요리조리 요리하여 나에게 놀라움과 환희를 안겨줄 것인가를 기대했을 뿐이다. 반전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식스센스를 볼 때, 나는 반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호흡을 따라가며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아예 반전을 기대하지 못했던 영화에서 놀라움을 느꼈을 때의 그 기쁨이란. 메멘토를 보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론에 놀랬다. 나는 88분에서 그런 강렬함을 원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내 잘못만은 아니다. 이미 영화 홍보에서 범인은 눈 앞에 있다느니,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은 가까워진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왔고 (물론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겠지만) 거르고 걸러서 들어도 긴장감있는 영화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긴장감, 그 뿐이었다.
러닝 타임 88분 동안 두근두근 거리며 범인이 누굴까 눈을 한층 부릅뜨고 살펴보았지만, 결국 나에겐 실망감만이 남겨졌다. 영화 초반부터 대놓고 보여주는 바람에 '저놈은 범인이 아니구나.' 혹은 '저놈은 미끼구나' 라고 눈치채버린 건달 녀석을 재하고, 의구심에 불타 살인자(혹은 살인 용의자)를 인터뷰하고, 수업시간에 바륵바륵 대들던 남자 녀석은 너무 올곧아 보여 범인에서 재했다. 그러니 세 명의 여자만이 남았다.
감독은 많이 노력했다고 본다. 분명히 주인공의 조교 역을 받은 배우에게 '최대한 의심스럽게 행동해라' 라고 했을 것이고, 별 중요하지도 않은 학장 역에겐 '최대한 중요한 역인 것처럼 행동해라' 라는 둥의 요구를 했을 것이다. 이 두 배우는, 아니 역할은 관객을 홀리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었을 뿐, 전혀 용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 두 사람을 너무 의심하다 보니 딱 한 사람이 남더랬다. 애초에 카메라의 앵글이 (영화로 보자면 주인공의 시선이) 위 다섯 사람에게만 머물러 있었으니 딱 한 사람이 남는다. 그 사람은 전혀 의심받을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고 영화 중반에는 아주 대놓고 '나 범인 아니오' 라고 선언을 해버린다. 다섯 사람들 중 유독 한 사람만 의심을 벗어난 것이다. 결국, 여기서 결론이 나버렸다. '아 이 녀석이구나.'
만일 감독이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 영화를 짜임새 있게 찍었다면 의심을 벗어났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다른 사람이 의심스러웠을 테니까. 하지만 너무 대놓고 보호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이상 바보가 아닌 관객의 눈을 피해 진짜 범인을 감추려니 증거를 감추는 수밖에 없고 (몰래 내보이기 무서웠던 것일까) 복선이라고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의 성적 정체성을 이용해서 불가능해보이는 테이프의 탈취를 설명한다.
폭발물 경보를 울려 대학을 비우고 범행 현장으로 이용하는 센스야 칭찬해줄만하지만 어떻게 범인이 두 사람을 끌고 7층까지 올라갔는지 (단지 총으로 위협해서?) 요원은 왜 하필 반대편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는지(타이밍에 맞춰서 총을 쏘았나?) 전혀 설명해주지 않은채 영화는 끝나버렸다. 정말 억울한 것은 주인공이 '이 사람이 범인이다' 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 살인용의자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신상기록을 살피고 나서라는 것이다. 복선이 없는 반전영화였던 거다, 88분은.
여러 면에서 찝찝함만을 남겨준 영화였다. 88분은 설명조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복선이 턱없이 부족했달까. 아니면 내가 찾지 못했던 것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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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교의 수업도 모두 종강되고, 숙제도, 할 일도 없고 하니 계속 컴퓨터에 앉아 있게 되네요. 해서, 지금까지 본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이제야 토해냅니다:)
광주폭동사태, 광주쿠테타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그 '사건'은 정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1988년에 이르러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개명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광주 사람들이 그 날,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뜨거운 가슴으로 토해내죠. 친구가 전하기로, 광주의 한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가르치며 눈물을 흘렸다 합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민주화의 상징이자, 국민으로써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모토라고 봅니다.
화려한 휴가는 정직한 영화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만큼 그 화법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테죠. 많은 사람들이 어린 세대들의 무지無知를 걱정하고 있는 이 어중간한 시대에, 화려한 휴가는 탄생했습니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들의 손을 이끌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40대 남성의 표 구매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통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죠. 어쩌면 많은 아이들이 이 영화를 오락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 양성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전 이 영화에 8.5점 정도만 주려합니다. 점수가 후하지 않은 것은 '눈물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지식'을 떼어놓고 영화를 봤을 때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상업 영화로써 꼭 필요한 배우, 스토리, 연기 등이 잘 버무러진 영화라 할 수 있죠. 은은한 목소리가 멋진 안성기 씨가 나오고, 한동안 큰 인기를 구가했던 이준기가 친구의 죽음으로 분노하는 열혈 학생으로 등장합니다. 이요원 씨의 눈물 연기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주인공 김상경 씨의 은은한 연기도 볼만하다.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로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무거운 소재임에도 재밌고 웃긴 사건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한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삼박자가 딱 들어맞음에도 불구하고 다소의 거부감이 드는 것은 너무 직설적인 영화의 화법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인물들의 말에는 민주화에 대한 갈망보다는 개인의 출세욕이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초기 '강진우(이준기 분)'의 데모 참가 이유는 민주에 대한, 주인이 되기 위한 진중한 생각이 아니라 가벼운 느낌의 그것이었죠.
또한 이른바 '낯간지러운' 대사들이 많았던 것도 감점 요인 중 하나입니다.
분명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임은 분명한데, 그들은 모두다 열사요, 전사였습니다. 학생의 눈밑에 치약을 발라주며 눈물 짓는 선생님이나,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 백기를 들고 달려가는 의사 선생님이나, 스피커폰을 들고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를 외치는 간호사가 어찌 한 곳에 딱 하고 모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는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민주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그마한 활동, 노력, 그리고 단결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란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뼈대 있는 대화로 충분히 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에서 다른 죽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가운데 이요원 씨 혼자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추천 도장 쾅! 아직 보지 못한 분들, DVD 꼭 구해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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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 2008/01/01 23:52 | DEL
올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국영화계에서 나름대로 분전한 작품을 꼽자면 딱 두편이 떠오른다. 하나는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화제가 되었던 [디 워]이고, 또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소리없이 700만관객을 가뿐히 돌파한 [화려한 휴가]다. 사실 한국의 근대사에서 가장 다루기 껄끄러운 소재를 가지고 이정도의 관객을 모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려한 휴가]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럼 [화려한 휴가]는 관객이 만족할만큼 그때 그.. |
여러가지 트릭을 이용하여 '최고의 마술사'가 된 남자와, 왕자가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억지로 결혼하려 하는 공녀의 사랑 이야기. 흔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왕자와 나라
군중을 향한 멋진 마술
트릭
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트릭이란 속임수를 알고나면 실망스럽기 나름이죠.
영화 중간부터 예상하고 있던 '답지'가 결말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바람에 후반부에 반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을 제대로 흡수해내지 못했습니다. 설마, 설마했었는데 기냥 딱, 하니 맞춰버렸어요. <쏘우3>도 결말을 대충 예상했기에 전작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고, 간지남 휴 잭맨이 등장했던 <프레스티지>도 영화 중반부에 이미 결말을 예측해 버렸어요. 흑
그런가 하면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식스센스>를 볼 때도
역시 이런 영화를 볼 때는 추리를 하되, 정답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영화의 첫째 목표는 재미니까요.
덧> 역시나 이미지를 벗는다는게 쉽지는 않나봅니다.
사실 에드워드 노튼, 이라 하면 <파이트 클럽>에서 보여준 연기가 너무 강렬히 인상에 남아있어 '마술사'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우는데 고생을 좀 했습니다. 드라마 <프렌즈>에 나오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Break up>을 찍었었죠. 그 때도 레이첼의 이미지가 아른거려서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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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 2007/12/28 11:31 | DEL
왠지 '망상가'라는 국내 제목보다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라는 원제가 와닿았던 이 영화는 오랜만에 만나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와 CG 활용의 극대화로 오히려 마술이 아닌 흡사 마법처럼 보였던 마술로 다가왔다. 영화는 황태자비가 될 여인을 사랑하는 마술사를 중심으로 마술사, 황태자, 약혼녀의 삼각관계에 신분의 벽을 끼워넣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물론 여기에 마술과 환상이라는 양념을 잔뜩 가미한체... 줄거리는... 울 경감의 나레.. |
짜자잔~ 세상바라기에서 발행하는 새로운 컨셉의 영화리뷰를 소개합니다.
[영화vs영화]는 비슷한 주제, 혹은 상반된 주제의 두 영화를 비교분석하여 나름대로의 결론을 끌어내고자 신설한 카테고리랍니다!! ... 라는 건 전부 뻥이구요ㅜ 사실은 철학수업의 마지막 과제로 낸 영화에세이에요ㅜ흑.
저는 영화를 무지무지 좋아한답니다.(사실이에요)
I. 영화를 포괄적으로 평가한다면?
나는 사춘기를 이제야 갓 지난 나이든 십대다. 막연히 ‘대학에 가면 나아질거야.’라는 생각으로 고3 일년을 보냈고, 이제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밤, 혼자서 궁상맞게 창밖을 내다보며 괜한 한숨을 쉬곤 했다. 세상에서 나만 외롭다는 착각 속에서 살았던 일 년이다.
<Paris, Texas>, 답답한 화법
영화를 좋아해서 짧은 인생이었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를 세기에는 벅차다. 하지만 아직 어린 이십대라 그런지 옛 영화는 즐겨보지 않는다. 희대의 걸작이라 두고두고 일컬어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도>도 보지 않았으니, 말다했다. 즉, <Paris, Texas>는 내가 뗀 첫 Old movie이다.
역시나 영화의 화법은 익숙하지 않았다. 움직임없이 인물을 부각시키는 카메라의 답답함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말없이 떠나간 아내를 찾아 남편이 길을 떠난다, 는 익숙한 스토리. 솔직히 말하면 뒤에 주인공과 아내가 유리벽 사이를 두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외에는 전혀 인상에 남지 않았다. 처음에는 3인칭으로 시작하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종반부에 가서는 ‘나’로 바뀌고, 남성의 성욕을 위해 일하는 스크린걸이 나중에 사랑스런 아내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화면을 눈물로 채우지 않아도 가슴 저릿한 재회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뿐이다.
<Lost In Translation>, 사랑스런 여인의 눈동자
반면 <Lost in Translation>은 꽤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파란 털실 목도리가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여자, 샬롯이 등장한다. 그녀는 나에게 ‘큰 창문은 소통이 아닌, 지상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고,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하겠다.
II. 주인공의 외로움을 상징하는 것들
<Paris, Texas>는 로드 무비라고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는만큼, 길이 눈에 띤다.
주인공이 하염없이 걷는 그 황량한 사막도, 사람이 걷고 있으니 길이고, 아내를 뒤쫓아 차를 달리는 길, 아버지와 아들이 워키토키로 대화를 나누는 아스팔트 도로도 길이다. 영화 초기, 온통 갈색으로 칠한 모랫길은 Texas로 들어가면서 일변 도심 속의 길이 된다. 사막과 함께 입을 다물었던 주인공이 아들과 함께 하면서 웃음을 되찾는 과정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믿는다. 즉, <Paris, Texas>에선 길이 주인공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매개체라 생각한다.
<Lost In Translation>은 네온사인이 주는 자극으로 주인공의 마음이 짐작된다.
수많은 작가와 연출가들이 군중 속의 개인을 묘사했지만, 외국에 툭하니 떨어진 개인만큼 두려움에 떨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긴, 샬롯과 해밀튼은 전화를 해도 관심 받지 못하거나(샬롯), 사랑스런 대화가 오가지만 정작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공허한 그리움만 묻어나는 사람(해밀튼)이니, 이러한 외로움이 있었을거다.
이 두 사람의 시각에서 비춘 도시의 네온사인이기 때문에 의미 없고 가치 없음의 인상을 줄 수 있었으리라.
<Lost In Translation>에서...
샬롯은 남편이 일 때문에 떠나간 뒤 호텔의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큰 창이 바깥과의 소통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단절되어 살아가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Paris, Texas>에선...
어린아이 헌터가 트래비스의 메시지를 듣는 장소가 큰 창이다. 여기서는 소통과 단절을 나타내기 보다는 피상적인 외로움만을 드러낸다고 여겨지는데,
첫째로 어린아이가 화면을 주도하는 화자라는 점이 그렇고,
둘째로 아버지임에도 마주보고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렇다.
III. 각 영화에 대한 철학적 분석
■ Paris, Texas(1984), Directed by Wim Wenders
주인공이 인가에 도착한 뒤, 비틀고, 또 비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를 지나 가게에 들어가 냉장고를 연다. 그 안에 들어찬 술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을 씹어 먹는데, 차가움과 함께 갈증을 동시에 풀기 위함이 아닐까. 또한 얼음을 씹어 먹던 남자가 쓰러진 뒤 가건물 같은 조악한 병원으로 실려 간다. 남자는 깨어났음에도 침묵을 지키는데 후에 드러날 ‘화염으로 뒤덮인’ 그 날 밤 때문이 아닐까한다. 하룻밤에 아내와 자식이 사라지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신없이 5일 동안 걷기만한 남자는 말을 잃었을 것이다. 상실을 나타내는 대표주자, 언어의 상실을 잘 버무려 만든 장치가 아닐까.
등장인물 간의 대화로 드러내는 무언가
이 영화는 남편과 아내가 유리벽 너머로 마이크와 수화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외에는 그렇다할 느낌이 없었다. 워키토키를 통한 대화는 소통의 단절이라기 보단 아이의 설렘을 나타내는 장치라고 여겨졌다. 또한 녹음기를 통해 아빠의 얘기를 듣는 장면은 아버지를 찾았음에도 고독을 맛보는 아이를 나타냈다. 반면에 peep show 업소에서의 대화는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고 익명으로나마 소통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줄만하다.
영화 제목에 대한 이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던 <Lost In Translation>을 내 식으로 번역한다면 <들리지 않는 귀, 떼이지 않는 입술>정도가 되겠다.
해밀튼이 자신이 나온 영화가 이상하게 더빙되어 상영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전거 운동 기계에서 나오는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 사고가 날 뻔한 경우, 사진을 찍을 때 사진작가의 요구가 어설픈 통역가에 의해 모두 묵살될 때가 바로 Loast In Translation이라는 영화 제목과 걸맞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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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를 보실 계획이 있으신 분은 조심해서 읽으세요. (영화 보기 전에 알아선 좋을 게 없는) 영화 내용이 좀 포함되어 있어요.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2008년입니다. 여느 고등학생들은 가족과 함께 지낼 겁니다. 특히나 수능이라는 말 많고 탈 많은 시련을 통과하느라 지쳤을 고3들은 대학 정시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합니다. 이와 달리 수시로 대학 입학이 확정된 터라, 기숙사에 살고 있는 터라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연말을 보내는 저와 그 친구들은 오늘 남자 넷 여자 하나라는 요상하기 그지없는 조합으로 영화를 보러 나섰습니다.
영화관에 도착하니 고민이 앞섭니다. 오늘 영화를 봐야할까? 기말고사가 모두 끝난 첫 주말이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마지막 주말이라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선 탓일까요? 영화 포스터 앞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꽤 처량했을 겁니다.
1. <나는 전설이다>를 택하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전설이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처음엔 니콜 키드만(Nicole Kidman)이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 황금나침반(Gold Compass)을 보자는 의견이 강세였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시간에 맞추어 영화가 배정되기라도 한 듯이 시간이 딱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화다’, ‘책과 비견할 바 못된다.’ ‘유명 배우들 출연 시간이 너무 적다’ 등의 신랄한 평을 보아온 저는 극구 반대했죠. 결국 상영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은 <나는 전설이다>로 낙찰 되었습니다. 6000원인 영화표를 통신사 카드로 할인받아 5000원에 사는 행운 아닌 행운까지 누렸답니다.
유파라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영화관에 돌아왔을 땐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습니다. 2000원짜리 쥐포와 콜라를 사들고 시너스(Cinus) 6관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상영관엔 사람들이 빽빽이 자리했습니다. 두 시간 전에 예매한 탓일까요. 저희는 맨 뒷줄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2. 영화의 이모저모
영화는 뉴스의 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홍역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암을 정복했다는 한 여성과학자의 인터뷰가 눈길을 끄네요. 나중에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이 되며, 몇몇 사람들은 애초에 면역이 되어 있다는 설정에 걸맞은 설명이라 하겠습니다. 홍역 바이러스도 같은 성질을 가지니까요.
이 영화의 압권은 단연 뉴욕시의 텅 빈 모습입니다. 변형된 바이러스가 인간을 좀먹기 시작한 첫 장소이자, 주인공 네빌 박사(윌 스미스 분)가 가족을 잃고, 그의 외롭디 외로운 삼년간의 시간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바쳤던 공간입니다. 감독이 연출 시에 CG를 쓰지 않고 실제로 텅빈 거리를 만들기를 고집했다고 하는데, 스크린 가득 풀이 듬성듬성난 어색하기 그지없는 뉴욕시를 보는 순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투기 위에서 골프를 치는 장면은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시간은 [현재]와 3년 전 [과거]를 넘나듭니다. 이러한 시간 구성은 일전에 소개했던 어거스트 러쉬(Agust Rush)에서도 쓰인 바 있습니다. 어거스트 러쉬에서는 창문이 현재와 과거의 다리 역할을 했다면, <나는 전설이다>는 꿈을 도구로 삼습니다. 네빌은 꿈에서 삼년 전 가족을 잃은 그 때를 반복해서 봅니다. 아침, 손목시계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꿈의 고통에 못 이겨 일어납니다. 일어나고, 일어나고. 자신 외에 생존자가 있었음을 알게된 다음 날 아침을 제외하곤 언제나 꿈에 시달렸죠. 아마도 샘 이외에 기댈 누군가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윌 스미스, 그로 충분하다?!
주인공 네빌 박사로 열연한 윌 스미스를 처음 접한 것은 <맨인블랙>, 에서였습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더군요. 이후 <맨인블랙 2>와 2006년 작 <행복을 찾아서 Pursue of Happiness>에서 외모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를 연기자로써, 한 인간으로써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가 런타임(Run time) 한 시간 사십 분의 대부분을 홀로 연기했다는 <나는 전설이다>는 2007 하반기 보지 않아선 안 될 영화란 생각이 들었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윌 스미스의 연기는 주목할만합니다. 그는 SF영화 <맨인블랙>, <맨인블랙 2>에서 다소 가벼운 배역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행복을 찾아서>에서 아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바라는 바를 이뤄내는 강인한 아버지상을 연기했죠. 콧수염을 길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로 나오는 여배우와 나이차가 부쩍 나보이는 탓에 오히려 '아들'이라고 하면 좋았으리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맨인블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진정한 연기자로써의 모습을 드러낸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 <행복을 찾아서> 여주인공과 <나는 전설이다>에 나온 여배우가 동일인물인 듯 싶은데. 맞나 모르겠네요.
<나는 전설이다>에서 그는 더 많은 것을 추구합니다. 거의 한 시간을 유일한 생존자인 네빌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눈빛으로 말하는 법을 터득한 윌 스미스. 그의 외로운 독주를 돕기 위한 영화 속 장치는 그를 더욱 돝보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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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맘대로 평가하기
<나는 전설이다>는 크게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5000원이란 금액이 아깝지 않은 정도랄까요. 신어지님의 별점표 기준으론 ★★★☆☆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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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이 있다. 이름조차 거창하여 이른바 " 나는 전설이다." 윌스미스라는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설이 될수 있을뻔한 영화였지만 편협한 세계관과 통속적인 틀안에 갇힌 연출로 일관한 '전설'이 되고픈 영화. 영화 외적으로 국가별 영화포스터를 만든 마케팅전략은 칭찬해줄만 하다. #1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외로움이 없다. 가끔 사람들은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실제로 일에 지쳐 사람에 지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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