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5 20:51
[분류없음]
요즘 나훈아 할아버지(;;)의 루머와 기자회견으로 인터넷이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나훈아 씨에 대한 소문이 돌더라.'라는 간략한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몰랐습니다. 다만 이번에 기자회견을 여셨다는 소리에 한 번 영상을 찾아 보았죠.
소문에 대한 내용이야 검색을 하면 수두룩 빽빽하게 나올 테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은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원래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데에다가, 그런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연예기자들에게 일침을 놓은 내용에 대해서는 수긍이 되더군요.
한국과학영재학교,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학교입니다.
어디가서 '영재고 출신이다' 말만하면 사람들이 달리봅니다. 한국 사람은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영재고'란 이름패를 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 교육 잘못받았냐'라는 말로 훈계를 두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후배를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제 행동의 결과는 그대로 모교의 명예와 관련되어지죠.
가끔씩 기자들이 학교에 찾아옵니다.
제가 기자 분들의 생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씀은 못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선 생각은 하되 입은 다문다, 라는 저만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실례가 있었다'라는 사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번 다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내용에 대한 설명이었죠. 당연히 인터뷰를 하면 그 프로를 봅니다. 그럼 어째 내용이 똑같습니다.
1. 영재고에선 자기주도적 실험을 한다.
2. 학생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자.
3. 이것처럼 영재교육을 현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KSA에서 배포하는 안내 책자에 나온 내용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총 10번의 실험 중, 9번은 실험 매뉴얼대로 따라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쓰고, 단 한번, 학기말 프로젝트 형식으로 1번, 실험 주제/방법/재료 등등을 결정해서 실험합니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서 쓰기도 벅찬데, 매 번 창의적인 실험을 하라고 한다면 몸이 남아나질 않겠죠.
하지만 이런 학습을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설계 과정이 큰 경험이 되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학생들의 실험을 보면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연히 '자기주도적 학습'이라고 '안내 책자'대로 써내려가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기자 분들은 실험 내용을 물을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그들의 학습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지 않나요? 그저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말을 쓰고 싶어서, 그런 근거 격으로 인터뷰 하나 따가는, 그런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모교의 명예'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에' 바른 대답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보셔야죠.
다른 예도 있습니다.
자세한 어귀는 기억이 안나지만, 제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10여 분간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영재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고, 학교 돌아가는 거에 빠삭한 친구였기 때문에 수준높은 문답이 오고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문을 보면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모모 군이 "학교에 여자가 없어 죽겠어요"라고 말했다.'라는 한 줄만 실렸다고 하더군요. 기자가 '여자 애들이 없어서 그렇겠네요.' 하니 '좀 그렇죠.'라고 말한, 1초도 안되는 그 짧은 대화랄 것도 없는 말이 그렇게 실린겁니다. 물론 남자애들이야 학교에 여자가 없으면 힘들죠(-_-). 그래도 1. 그 좋은 대화를 다 잘라먹고, 2. 친구 말도 그대로 옮기지 않은 채 의역(!)한 데다가, 3. 인터뷰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한국과학영재학교에는 여자 비율이 매우 낮다', 라는 내용에 대한 부가 설명 격으로 집어넣어버린 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언론을 믿는 건 포기했죠.
나훈아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나이드신 분께 씨, 라고 하려니 건방져 보이네요ㅜ), 진실을 좇아 전쟁터에 달려가는 기자 분들도 있습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바른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작은 기사도 성심성의껏 작성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전체가 잘해도, 일부가 흠을 보이면 단체로 싸잡혀서 욕먹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소속감을 중시하는 우리의 심리고, 단체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현실입니다.
특히 연예 기자 분들은 정도가 심합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면 일면은 선정적인 옷차림의 연예인들 사진 일색입니다. 레이싱 걸이 올라올 때도 있더군요.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란 말도 들립니다. 참 '거시기'하네요.
초등학교 땐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1g도 없었습니다.
노래를 들을 기회도 없었고, 드라마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예관련해서 처음 접한 것이 '연예 기사'였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뉴스를 보는 나이가 되면서 연예란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누구누구 파혼' 'A양 섹스 비디오 유출' '공갈, 협박'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이런게 한 번 터지면 여기저기 정신없이 떠들어댑니다. 그 A양이 어떤 심정으로 그 기사를 볼지 걱정이 됩니다. 처음 접한 연예계가 이렇다보니 지금도 연예인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은 없습니다. 연기를 잘 하면 감탄하고, 노래를 잘 부르면 멋있다고 평하는 정도죠.
한 때 기자가 되고 싶었던 학생으로써, '만약 나라면 특종과 한 인간의 인생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림으로써 제가 특종을 쓰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느니 차라리 기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과학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명확한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좇기 위해서입니다.
명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아야합니다.
아래, 나훈아 씨가 기자 회견 끝자락에 하셨던 말씀을 옮겨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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